기븐스 부인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절 따라오세요 아가씨 제가 말동무를 해드리지요 요리장이 오늘 쇼트브레드 (버터를 듬뿍넣어 만든 쿠키의 일종)를
새로 구웠다던데 아직도 따끈할거에요"
소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뒤를 따라 홀에서 나섰다로자먼드와 포시와 친해질 시간은 나
중에 저녁때도 충분하니까 육아실을 보여줘야지우린 친구가 될거야 그리고 금세 자매가 될
거야소피는 미소를 지었다 자매가 생긴다는 것은 너무도 멋진일이다
하지만 소피는 그다음날이 될때까지 로자먼드와 포시ㅡ그들 뿐 아니라 백작과 백작부인 까지
도ㅡ를 만나지 못했다육아실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식탁에는 4인분이 아니라 2인분 식사
밖에 차려져있지 않았다티몬스 양(아까는 아프다더니 기적처럼 말끔하게 나은 모양이었다)
은 로자먼드와 포시가 여행을 하느라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을거란 말을
백작부인께 들었다고 했다하지만 아이들도 언제까지나 수업을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다
음날 아침 백작부인이 양 옆에 끼고 육아실로 왔다소피는 이미 한 시간째 수업을 받던 중이었
기에, 산수 문제를 풀다 말고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미소를 짓지 않았다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에"티몬스 양"백
작부인이 말했다 티몬스 양은 절을 하며 중얼거렸다"마님""당신이 내 딸들을 가르칠 거라 백
작님이 말씀하시더군요""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님"백작부인은 금발에 보랏빛 눈을 한 큰 딸
을 손짓해 불렀다 소피는 로자먼드를 보며 백작님이 일곱번째 생일날 런던에서 보내 주신 사
기 인형처럼 예쁘다고 생각했다 백작부인이 말했다"이쪽은 로자먼드라오 열한살이지 그리고
이쪽은 "그녀는 아직도 자기 신발 코만 바라보고 있는 여자아이를 가리켰다"이쪽은 포시 열살
이에요"소피는 굉장한 흥미를 가지고 포시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나 언니와는 달리 포시의 눈
은 짙은 색이었고볼도 상당히 통통한 편이었다"소피양도 열살이랍니다"티몬스 양이 대답했
다백작부인의 입매가 가늘어졌다"아이들에게 집과 정원을 안내해 줘요"티몬스 양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소피양, 석판을 내려놓아요 산수 공부는 나중에.....""내 딸아이들만"백
작부인이 말을 잘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동시에 뜨거웠다"소피와 단 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요"소피는 침을 꿀꺽 삼키고 백작부인의 눈을 바라보려 했지만, 간신히 턱 끝만 바라볼수
있을 따름이었다티몬스 양이 로자먼드와 포시를 데리고방에서 나가자 그녀는 일어서서 아버
지의 새 아내가 내릴 지시를 기다렸다"난 네가 누군지 알아"문이 탁 닫히는 소리가 난 순간 백
작부인이 말했다"마..........마님?""넌 백작님의 사생아지? 아닌 척 해봐야 소용없다"소피는 아
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긴 해도,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입밖에 낸 적이 없는
소리였다 적어도 소피 앞에서 드러내놓고는 말이다백작부인은 소피의 턱을 꽉 잡고 들어올
려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했다"내 말 잘들어"그녀가 싸늘한 기운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
했다"네가 비록 펜우드 파크에 살고 내 딸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다지만,넌 사생아에 불과해 넌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이상은 될수 없어 절대 절대로네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란 착각 따윈 하
지 말아"소피가 희미한 신음소리를 냈다 백작부인의 손톱이 턱 아래 와 박혔다"백작님은"백작
부인이 말을 이었다"너에게 뭐 기묘한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는 모양인데, 널 데려다 키운다는
것조차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어 하지만 네가 내집에서 산다는건 ㅡ네가 마치 그 사람의
진짜 딸인 것 처럼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킨다는건ㅡ 내겐 커다란 모욕이야"하지만 그녀는 백
작님의 진짜 딸이다 소피가 백작부인보다 펜우드 파크에서 훨씬 더 오래 살았다갑자기 백작
부인은 그녀의 턱을 확 놓았다"널 보고 싶지 않아"그녀가 쇳소리로 말했다"절대 내게 말을 걸
지마 내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게 노력해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로자몬드나 포시와 얘기해서도
안 돼그 애들은 이제 이 집안의 딸들이니까 너 같은 것과 함께 어울려선 안돼 질문 있어?"소피
는 고개를 흔들었다"좋아"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방안에서 나가 버렸다 소피의 다리와 입술은
와들와들 떨렸다눈물이 끔찍이도 많이 흘렀다
소피는 곧 이집에서 자신의 위치가 몹시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인들은 언제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으며 그들의 얘기는 결국 소피의 귀까지 들렸으니까백작부인은ㅡ그녀의
이름은 아라민타라고 했다ㅡ 첫날부터 소피를 집에서 쫒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백작은 거절
했다 아라민타가 소피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한다하지만 소피의 존재
를 참아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한다 벌써 7년 동안이나 소피를 키웠는데이제와서 그녀
를 내칠 수는 없다면서
로자먼드와 포시는 아라민타의 태도에서 금세 뭔가를 읽었는지 소피에게 적대감과 경멸감을
드러냈다하지만 포시는 로자먼드처럼 소피를 고문하고 괴롭히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로자먼
드는 티몬스 양이 보지 않을때를 틈타소피의 손등을 꼬집고 비틀었다 소피는 티몬스 양이 사
실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로자먼드를 꾸짓을 용기가 없어서가만히 있는거라 생각했다(로
자먼드라면 아라민타에게 쪼르르 달려가 거짓 이야기를 꾸며댈 테니까)소피의 손등에는 언제
나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지만, 다들 보고도 못본척하는 것인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포시는 종종 친절을 베풀었지만, 그보다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어머
니 말씀이 난 너에게 잘해 줘선 안 된대"백작으로 말할것 같으면, 단 한마디도 참견하지 않았
다그 후로 4년 동안 소피의 인생은 그런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백작이 장미 정원에서 홍차
를 마시던 중가슴을 쥐어 뜯으며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더니 자갈밭 위에 얼굴을 묻고 쓰러졌
다그는 다시 의식을 찾지 못했다모두들 몹시 놀랐다 백작의 나이 고작 마흔 그토록 젊은 나이
에 심장이 멎으리라고는 그 누가 생각했겠는가?결혼 첫날밤 부터 그토록 소중한 후계자를 임
신하려고 갖은애를 다 써왔던 아라민타보다 더 놀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이를 가졌을지도 몰라요!"그녀는 얼른 백작의 변호사에게 말했다"아직 먼 친척에게
작위를 넘겨줄 수는 없어요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르는데"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가진것이 아
니었고, 한달 뒤 백작의 유언장이 발표되었다(변호사는 백작부인의임신 여부가 확실해질 때
까지 최대한 시간을 미루고 싶어했다) 아라민타의 옆에는 제정신일 때보다 술에취해있는 시
간이 더 많은 방종한 새 백작이 앉았다백작의 유언은 특별하다 싶은 게 없었다 충실한 하인들
에게 그는 유산을 남겼다로자먼드와 포시, 그리고 소피 앞으로도 신탁을 남겼다세 소녀가 결
혼을 할때 지참금을 넉넉히 가져갈 수 있도록 말이다그리고 나서 변호사는 아라민타의 이름
을 읽었다
내 아내, 아라민타 거닝워드, 펜우드 백작부인에게는 매년 2천 파운드의 생활비를 지급한
다"그게 전부에요?"아라민타가 외쳤다그러나 그녀가 내 피후견인인 소피아 마리아 베켓 양을
스무살까지 키워 준다면매년 2천 파운드의 세 배인 6천 파운드를 지급하기로 한다"난 그애를
키우고 싶지 않아요"아라민타가 속삭였다"그녀를 반드시 키우셔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변호
사가 말했다"굳이 싫으시다면.......""그러면 일년에 고작 2천파운드를 가지고 살라고요?"
그녀가 버럭 외쳤다
"싫어요"
일년에 2천파운드도 못버는 변호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유언장을 낭독하는 내내 끊임없이 술만 마시던 새 백작은 그냥 어깨짓을 할 따름이었다
아라민타는 일어섰다
"어떻게 결정하셨습니까?
변호사가 물었다
"내가 데리고 가겠어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가서 그 아이를 찾아 말할까요?
아라민타는 고개를 저었다
"제 입으로 직접 말하지요"
하지만 아라민타가 소피를 찾았을때, 그녀는 중요한 몇가지 사실들을 빼놓고 말했다..........
잉잉 여기까지야!
50원 기부 안해도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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