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포나 얹어라 눈이 팅팅 부었다" 포시의 고개가 절로 푹 숙여졌다"
"제 눈이 부었어요?" 소피는 혹시나 포시가 자신을 쳗볼지도 몰라 열심히 고개를 저어주었다
"네 눈이야 언제나 부어 있지" 아라민타가 대답했다 "안 그러니 로자먼드?"포시와 소피의 머리가
동시에 문가로 돌아갔다 로자먼드가 마리 앙투아네트 드레스를 들고 막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항상 그렇죠" 그녀가 동의했다 "습포를 얹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야 그래도" "오늘밤은 특별히 더욱 예쁘구나" 아라민타가 로자먼드에게 말했다
"아직 준비도 안했는데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드레스의 금빛이 네 머리색과 눈부시게 잘 어울리는 구나"
소피는 딱하다는 시선으로 어머니한테 단 한 번도 그런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짙은 갈색 머리의 포시를 바라보았다
"넌 분명 브리저튼 가의 형제들 중 한 병을 낚아챌 수 있을 거다" 아라민타가 말했다 "이 어미 그렇게 확신한다"
로자먼드는 아주 수줍은 척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로자먼드가 그야 말로 완벽하게 마스터한 표정이었다 그런 모습의 로자
몬드가 그야말로 완벽하게 마스터한 표정이었다 그런 모습의 로자먼드가 몹시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점은 소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로자먼드가 무슨 짓을 한들 사랑스럽지 않으랴 싶긴 하다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는 올
올해 내내 사람들의 입에 열심히도 오르내렸다 돌아가신 선대 백작이 남겨주신 넉넉한 지참금 덕에 그녀는 이번 시즌이 끝
나기 전에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결혼을 하게 될거라 다들 예측하는 터였다 소피는 섭섭하고도 슬픈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
라 보는 포시를 흘끗 바라보았다 "포시 아가씨는 굉장히 사랑스러운걸요" 소피가 불쑥 말했다 포시의 눈이 환하게 달아올
랐다 "그렇게 생각해?" "물론이에요 게다가 드레스도 무척이나 독창적이잖아요 분명히 인어는 별로 없을거에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소피?" 로자먼드가 깔깔 웃으며 물었다 "네가 언제 사교계란 걸 구경이나 해봤다고 그런 말을 하니?"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에요 포시 아가씨" 소피는 로자먼드의 악의에 찬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부러워요 나도 한 번 가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까" 소망이 담긴 소피의 작은 한숨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침묵만이 흘렀다 그리곤 그 뒤를 따라 귀에 거슬리는 아라민타와 로자먼드의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포시조차 약간 킬킬거렸다" "그거 참 대단한 우스갯소리로구나" 아라민타가 숨까지 헉헉대며 간신히 말했다 "꼬
마 소피가 브리저튼 무도회에 참석한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사교계에선 사생아를 받아 주지 않는단다" "데려가 달라고 한 적 없어요" 소
피가 방어적으로 말했다 "그럴 수 있으면 얾나 좋을까 생각해 본 것뿐이라고요" "그런 건 아예 불가능하니까 꿈도 꾸지 마" 로자번드가 거들
었다 "가질 수 었는 걸 바라다 보면 결국 실망밖에 남는게 없을 테니까" 기묘한 일이 일어났기 떄문이다 로자먼드의 말을 들으려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문가에 하녀장이 서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시골에 있는 펜우드 파크에 있다가 런던의 하녀장이 죽은 이래 여기로 올라
와 있는 기븐스 부인이었다 소피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윙크를 했다 윙크라니! 기븐스 부인이 윙크하는 것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없다 "소
피! 소피! 내 말 듣고 있는 거니?" 소피는 멍한 시선을 아라민타에게 돌렸다 " 죄송해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무슨 말씀을 하고 계셨죠?"
"이제 딴 짓은 그만하고 내 드레스나 얼른 손보란 말을 했다" 아라민타가 심사가 뒤틀린 목소리로 말했다 "너 떄문에 무도회에 늦으면 내일
경을 칠 줄 알아" "네 물론이지요" 소피가 얼른 말했다 그녀는 바늘을 천에 꽂으며 바느질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아직도 기습스 부인에게 가 있었다. 윙크라니? 도대체 기븐스 부인이 왜 내게
윙크를 한 거지?
세시간 뒤, 소피는 펜우드 하우스의 현관 앞에 서서 맨 먼저 아라민타, 그 다음에 로자먼드, 마지막으로 포시가 마부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오르
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포시에게 손을 흔들자, 포시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차는 천천히 덜컹대며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버렸
다 가장 무도회가 열리는 브리저튼 저택까지는 고작 여섯 블록도 채 되지 않지만 아라민타는 곧 죽어도 마차를 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
마 무도회장이 옆집이라도 마차를 타고 갈 여자다 뭐 으리으리하게 등장하는 것이 중요한 법이니까 한숨을 내쉬며 소피는 몸을 돌려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아라민타는 정신 없이 들뜬 모양인지 자신이 외출한 사이에 끝마쳐야 할 잡일을 죽 불러 주는 것을 깜박 잊었다 정말 다행이 아
닐 수 없다 저녁 내내 쉴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치인지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라도 다시 읽어야겠다 아니면 오늘자 휘슬다운 지를 읽어도
될 테지 로자먼드가 오늘 오후 신문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펜우드 하우스의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디에선가
기븐스 부인이 나타나 팔을 움켜 잡았다 "시간 낭비할 짬이 없어요!" 하녀가 말했다 소피는 지금 제정신이냐는 표정으로 기븐스 부인을 바
라보았다 "뭐라고 했지요?" 기븐스 부인이 그녀를 잡아당겼다 "날 따라와요" 소피는 그녀에게 이끌려 삼층에 있는 기븐스부인의 처마 밑 다
락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행동거지였다 소피는 하녀장의 기분을 망칠세라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하녀장은 아라민타가
역정을 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른 이들과는 달리 소피에게 언젠나 친절하게 굴었다 "빨리 옷을 벗어요" 기븐스 부인이 문고리를 잡으며 말
했다 "뭐라고요?" "서둘러야 해요" "기븐스 부인, 어디..........." 열린 문으로 들여다본 침실의 광경에 소피의 입은 떡 벌어졌고 채 끝맺지
못한 말은 어디론가 잦아들었다 방 한가운데 김이 나는 목욕통이 놓여 있었고 하녀 세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명은 목욕통에 물을 붓
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수상쩍게 생긴 트렁크의 좌물쇠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며 마지막 하녀는 수건을 들고 말했다 "서둘러요! 어서!" 소피
는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요?" 기븐스 부인은 그녀를 향해 돌아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피아 마리아 베켓 양 아가씨는 지금부터 가장 무도회에 가시는 거에요!"
한시간 뒤 소피는 변신을 마쳤다 그 트렁크에는 선대 백작의 어머니의 드레스가 들어 있었다 비록 다들 50년도 넘은 옷이라 유행에 뒤떨어지
긴 했으나 그건 별로 문제가 되질 않았다 어차피 무도회는 가장 무도회,유행이 지난 드레스를 입고 가도 다들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트렁크의 맨 밑바닥에서 그들은 지난 세기에 크게 유행했던 디자인의 드레스를 찾아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은색 드레스의 보디스는 몸에
꼭 맞는 디자인으로 진주가 빽빽하게 달려 있었고 치마 자락은 부하게 너풀거렸다 드레스를 만져 보는 것만으로도 소피는 공주가 된 기분이
들었다 꽁꽁 닫힌 트렁크 안에서 묵어 있던 탓인지 좀 곰팡내가 나긴 했지만 하녀 중 하나가 얼른 밖으로 가져가 통풍을 시킨 뒤 장미 향수를 뿌려 주었다
목욕을 마친 뒤 향수를 뿌리고 머리를 손질하고 나자 하녀 하나가 입술에 연지까지 칠해 주었다"로자먼드 아가씨껜 말하지 말아요" 하녀가
속삭였다 "아가씨 방에서 살짝 빌려온 거니까" "이야아아 이것 좀 봐요" 기븐스 부인이 말했다 "드레스에 딱 어울리는 장갑을 찾았어요"
고개를 들어 보니 하녀장은 팔꿈치까지 오는 긴 장갑 한 켤레를 들고 있었다 "어머, 이거 좀 봐" 소피는 기븐스 부인
에게서 장갑 한짝을 받아들고 관찰하며 말했다 "펜우드 문장이 찍혔네요 끝에는 이니셜이 수놓여 있어요 기븐스
부인은 한짝을 뒤집어 보았다 S.L.G 사라 루이자 거닝워드 아가씨 하ㄹ머님이시네요" 소피는 놀라서 기븐스 부인
을 바라보았다 기븐스 부인은 단 한 번도 백작을 그녀의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었다 "뭐 아가씨 할머님인 것 맞잖아요" 기븐스 부인이 선언했다 "우리끼리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요 로자먼드와 포시 아가씨는 마치 이 집안의 딸들인 양 대우받으면서 백작님의 진정한 핏줄인 아가씨는
하녀처럼 온갖 잡일에 시중까지 든다는 건 죄악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세 명의 하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번" 기븐스 부인이
말했다 "오늘밤만이라도 아가씨는 무도회의 미녀가 되는 거에요" 기븐스 부인은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소피를 돌려세워 거울을 보게 만들었
다 소피는 헉 하고 숨을 멈췄다 "이게 나예요?"시븐스 부인은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듯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스러워 보
이세요 아가씨" 그녀가 속삭였다 소피의 손이 천천히 머리카락으로 올라갔다 "헝클어뜨리지 말아요!" 하녀 중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안그럴게요"
소피는 약속을하며 금세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반짝이는
분을 머리카락에 뿌려서인지 그녀는 마치 요정처럼 반짝거렸다 약간 짙은 톤의 웨이브진 금발 머리
를 쓸어올려 정수리에서 느슨하게 틀어올렸고 머리카락 한 타래가 기나긴 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평
소에는 짙푸른 녹색에 지나지 않던 눈동자가 마치 에메랄드처럼 빛을 발했다 눈동자가 그리도 빛나
는것은 아마도 그렁그렁 괴인 눈물을 참으려고 애써서 그런 모양이라고 소피는 생각했다
"여기 가면이 있어요"
50원의 행복이요!ㅎㅎ
50원의 행복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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